다시 눈을 뜨고 일어나서는 사랑한다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품에 안기거나 뛰어놀고 머리를 부비던 순간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래서 힘에 겨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도, 너를 믿는다고, 사랑한다고 말하기 위해 힘을 짜내었을 것이다. 그러고는 영영 오지 않는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도 않고, 이것만 이겨내면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는 마음으로, 나는 어떠해도 좋다는 마음으로 속으로만 앓았을 것이다. 그러나 너는, 이제 이 세상에서는 사랑하는 이들을 다시 볼 수 없음을 알고 있었고, 마지막 순간에는 그것이 못마땅해 그런 표정을 지었을 것이다. 그렇게 많은 사랑을 주고도 더 주지 못한 것에 아쉬워하며,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 목에 힘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너는 떠나야 할 때를 알고 있었으며, 떠날 채비를 위해 육신을 가볍게 하였고, 참으로 고상한 방법으로 그를 시도하여 이내 성공하고 말았다. 나는 네가 버리고 간 육신조차 버리지 못하였다. 네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아 두고 간 것이지만, 그것은 여전히 너의 모습이라 쉽사리 잊을 수 없었다. 나는 네가 남긴 것들을 너보다 먼저 떠나보내고는 마냥 그리워했다.
삶에 받는 것보다 갚아야 하는 것이 많다는 법칙도 너에게만은 적용되지 않았다. 그런 것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듯이, 모든 것을 원래 알고 태어난 듯 완전히 아름답게 행동했다. 네가 버리고 간 육신은 빨갛게 달아올랐다가 대부분 공기 중으로 흩어지고, 견고한 일부만 남았다. 나의 역사로는 절반을 넘는 시간 동안, 인지하기 시작한 이후로는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하였음에도, 겨우 이 한 줌이 네가 소유한 전부였다. 그것만을 가지고도 너는 나에게 너무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마음을 여는 방법, 믿음을 가지는 방법, 친근감을 쌓는 방법, 진심으로 위하는 방법, 서로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방법, 사랑하는 방법, 사랑받는 방법. 이 모든 것은 네가 아니었다면 누구에게서도 얻을 수 없었을 것들이다. 너는 나의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감정을 불어넣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는 이제 돌아갔다. 너는 닫힌 방에 창을 내주어 빛을 들이고, 나로 하여금 다른 모든 것들을 보게 해주고는 정작 바라볼 수 없는 빛이 되어 흩어졌다. 유리알처럼 산산이 물방울 모양으로 녹아 없어졌다.
네가 없었다면 나는 반드시 수 번은 죽었을 것이다. 이 세상에서 지낸 동안 즐거운 삶이었기를 바라며, 어떤 언어로도 감히 나타낼 수 없는 너에게.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