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에서 가져온 네 기억들은 고운 가루로 만들어 뜨거운 물에 우려내고, 두 스푼씩 차갑게 식혀서 버릴 것이다. 하루에 두 스푼씩만 잊어버리다 보면, 5월 1일까지의 유통기한이 적힌 통조림처럼 어느 봄 같은 나날들이 다시 올 것이고, 그 날이 오면 모든 것이 하룻밤에 사라질 것 같다. 긁히고 닳은 스테인레스 잔에 물든 색채는 지워지지 않고, 저기에 사람의 뜨거운 마음이 담겼다가 식어 앙금을 남겼으니, 흙을 채워 볕에 둬도 외로운 식물 하나 자리잡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