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을 것만 같아 보였던 일들은 쉽지 않았던 경우가 더 많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풀어내는 것처럼 보였던 사람들은 사실은 내가 보지 못한 부분들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고 당연히 해낸 것들이 있었다. 내가 모르는 신경써야 할 것들이 아주 많았다. 

이렇게 간단히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일들이 나에게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을 때는, 객관적으로 그것이 아주 쉬운 일은 아니더라도, 내 능력이 부족한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고 나는 무력감에 빠졌다. 당연히 도전하면 익숙해지고 잘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잘못 생각했다. 어떤 종류의 일들은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도전한다고 해서, 계속해서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실적을 만들어주지 않는다.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꾀를 열심히 부려야 하고 왜 그래야 했는지 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한다.

나는 여전히 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되는 창작의 길을 알고 있는것만 같은 사람들을 보면서도 그 맥락을 파악하는 것은 완벽히 해내지 못하고 있다. 그 동안 많은 시간을 썼지만 그것은 일을 잘 하게 되는 것과는 별개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는 데에 시간을 쓴 것이 되었다. 그 과정이 쉽지도 않았고 노력하지 않은 것도 아니며 내 능력을 활용하지 않은 것도 성장하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결국 나에게 필요한 새로운 연구를 완전히 새로운 방법으로 하는 것은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결과를 얻을 수 없었고, 시간이 지남에도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자신을 보며 회의감과 부담감만 늘어갔다. 손에 넣고 싶은 것이 많은데 넣지 못해서 잘못된 방법으로 그 욕망을 해소하려고 했다. 일시적인 것이라 생각하고 술을 마시려 하거나 사람들을 통해 채우려고 했다. 내가 실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서 헤메였고 그래서 더욱 내가 원하는 것에서 멀어져 있었다.

이제는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아주 멋진 연구를 표준적인 과학적 탐구방식을 통해 해낼 수 있다면 정말 그것보다 멋진 일이 없겠지만, 그것은 현재로서의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조금 더 노련한 머리 쓰기이고 조금 더 효율적인 두뇌자원 활용이다. 엄청난 연구를 해내는 것은 즐거운 일이겠지만 그것은 어느 정도 환상인 것 같다. 또한 내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시도하지 않은 것들이 많다. 만약 그때 조금 늦더라도 지금부터 C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지금쯤 그때보다 훨씬 나은 모습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랬을 것 같다. 나는 잘못된 것을 추구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노력했기에 성취를 얻을 수 있었지만 그것은 처음에 내가 원한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이제 내가 할 일은 단순하다. 하기 싫어도 재미 없어도 그냥 하기. 도망치고 싶어도 나에게 주어질 보상을 상상하며 스스로를 잘 돌보기. 무작정 하고 싶은 것을 시도하지 말고 해 보기 전에 생각하기. 나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를 믿어야 한다.